모를 심어서 쌀로 수확할 때까지 88번의 손길이 간다고 한다. 씨를 모판에 뿌려 기른 후 논에 심고 잡초를 제거하는 작은 것 하나에도 농부의 손길을 안 거치는 것이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벼도 그런데, 하물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가야 하겠는가.
기존의 행정은 국민이 개별적으로 행정기관을 찾아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은 한마디로 정부가 현장을 ‘찾아가는 서비스’라고 대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직접 국민을 찾아가서 개개인의 상황과 문제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정부 3.0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러한 맞춤형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현장 행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상식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을 수립 하기 전부터 결정, 집행, 환류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의 중심은 ‘현장’이어야 한다.
먼저 정책 수립 전 행정수요를 예측할 때 시작점은 ‘현장’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 정책 결정자의 입장에서 공급하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바를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서도 현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장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고는 절대로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사이다’같은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병무청에서 운영 중인 ‘찾아가는 병무청’은 병무행정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불편·불만사항들을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찾아가는 병무청’은 민원인이 직접 병무청을 방문하지 않고 국민신문고, 전화로 상담을 신청하면 숙련된 전문상담요원이 신청인의 자택 또는 복무기관 등을 방문해 민원을 해결해 주는 제도이다.
상담요원은 개인마다 처한 환경과 문제점에 따라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현장방문 이후 병역의무자의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상담함으로써, 병역의무 종료 시까지 실질적인 AS를 제공한다.
바로 이 사업은 고객의 불편, 불만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찾아가는 병무청’사례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계속 현장을 둘러보고 또 수요자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챙겨야 정책이 국민의 삶에 깊게 뿌리내릴 수가 있다.
한 톨의 쌀알을 얻기 위해 88번의 수고를 마다치 않는 농부처럼 매일 현장으로 달려가 살피고 또 살펴야 정책의 결실을 볼 수가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필자는 한 조직의 리더로서, 국민의 삶의 현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발로 뛰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문현답(愚問賢答, 어리석은 질문을 받고 현명하게 답함)’이라는 고사성어가 공직자로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보다 앞서 이 길을 걸어온 필자로서 기쁠 따름이다.
어리석은 물음에도 현명한 답을 제시하였던 우리 선조들처럼 이 시대의 공직자들이 어떤 어려운 민원에도 ‘현장’에서 현명한 ‘답’을 구하는 지혜로운 공직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용학 전북지방병무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