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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의 대안이 될 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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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의 대안이 될 졸혼
  • 전민일보
  • 승인 2019.01.2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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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간지 기자가 쓴 졸혼에 대한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졸혼은 백세시대에 맞는 결혼제도로 때가 지나면 학교를 졸업하듯 결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졸혼은 2004년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요즘 일본에서는 중년 부부 사이에 졸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졸혼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므로 이혼과는 다르다. 자녀가 장성한 뒤 부부가 따로 살며 각자의 삶을 즐기는데 한 달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별거와도 다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증가하고 있는 황혼이혼의 대안으로서 검토해 볼만한 게 아닐까 싶다.

졸혼의 개념은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등장했다. 장수국인 일본에서 시작되었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바람이 불어올 전망이다. 아무리 긴 시간을 공유해도 서로 다른 객체일 수밖에 없는 두사람이 마지막까지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자아성취 욕구가 되살아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서는 졸혼에 대해 5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로 결혼생활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려고 이고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를 끝으로 꼽았다.

50대 어느 회사원은 낚시가 취미인데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1년에 한두 번밖에 갈 수 없었다고 불평했다. 퇴직하고 아이들이 다 큰 뒤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고 싶다며 졸혼을 찬성했다. 그러나 졸혼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졸혼은 이기주의의 극단이며 부부도 남도 아닌 이해에 따른 부부관계가 과연 바람직하냐는 주장도 있다.

졸혼은 사이가 나빠서 갈라서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부부로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따로따로 각자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가족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주의다. 가족은 힘과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노년의 구속은 견디기 힘들며 너무 오래 함께 살아서 지겨워질 때도 있다.

황혼이혼이 젊은이들의 이혼 비율보다 높다. 남의 눈치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부부에게는 졸혼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기야마 부부는 걸어서 25분 떨어진 아파트에 따로 살며 한달에 두 번 만나 식사를 한다.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고 자아성취욕구가 강한 이들 부부에게는 잘맞는 해법이라고 했다.

졸혼과 비슷한 형태로 해혼이 있다. 혼인관계의 해제를 의미한다. 인도 힌두교에서 남자가 가장의 임무를 마친 뒤 구도의 삶을 원하면 해혼식을 하고 숲으로 간다. 간디는 삼십 대 후반에 아내와 해혼에 합의하고 독립운동의 길로 나섰다.

졸혼은 가정도 그대로 유지되고 자녀들에게도 부모가 이혼하지 않아 좋다. 이제는 남편없이도 살 수 있다. 얼마나 더 산다고 골칫덩이인 남편과 살아야만 하나. 황혼에 접어든 인생을 이렇게 구속받고 살아야만 할까 회의가 들 때도 있다.

부부가 각자 떨어져 살며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졸혼이 현대판 백년해로 아닐까 싶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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