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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의장에게 준 선물, 왜 한글 제쳐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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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의장에게 준 선물, 왜 한글 제쳐두고…
  • 전민일보
  • 승인 2019.02.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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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중순 우리나라 정치권 대표단 일행이 미국의회를 공식 방문하였을 때 일이다.

방문목적은 새로 구성된 미국의회 지도부에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미국의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이분들은 하원의장에게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휘호를 전달했다고 한다.

‘만절필동(萬折必東)’에 관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2017년 12월 주중 대사가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방명록에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한중관계의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로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共創未來)’라는 글귀를 남겼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단다.

이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만절필동’의 원전 상 의미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한·중 관계가 우여곡절을 겪어도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만절필동(萬折必東)’은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된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 한다.

공자(孔子)께서 동쪽으로 흐르는 황하(黃河)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함께 있던 제자 자공(子貢)이 황하를 바라보고 있는 까닭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공자는 황하가 ‘일만 번이나 꺾여 흐르지만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니 의지가 있는 것과 같다.(화기만절필동 사지 化其萬折必東似志)’고 설명하면서 군자가 큰물을 볼 때 꼭 살펴야 할 점이라고 일렀다는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황하의 물줄기는 굴곡이 심하지만 중국 지형이 서쪽은 높고 동쪽이 낮은 관계로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변함없는 군자(君子)의 의지나 절개로 풀이한 것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만절필동(萬折必東)’은 어떤 일이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게 되더라도 결국은 원래 뜻대로 됨을 비유하거나 충신의 절개를 꺾을 수 없음을 비유하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뜻과 비슷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뜻에는 훌륭한 교훈이 담겨 있는데 이 글을 썼다고 비난 받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 뜻이 확대되어 옛날 천자(天子)를 향한 제후(諸侯)들의 충성을 말하는 의미로 해석되었던 것으로 우리나라 선조(宣祖)께서 명나라에 숭배와 감사를 표현할 때 썼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국으로서 자존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난 받았던 그 글을 왜 미국에 가서 선물로 줬을까?

왜 훌륭한 한글을 제쳐두고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한자성어를 썼을까? 한자(漢字)는 중국 글자로 알려져 있으니 이 광경을 보았던 많은 미국 시민들은 우리나라 대표단을 중국 대표단으로 오해하진 않았을까? 한글로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우리 함께 서로 도우며.’ 또는 ‘함께 손잡고 행복한 미래로.’라고 말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우리 한글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외교(外交)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는 ‘다른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이웃과 잘 사귀는 것이 외교(外交)라고 생각한다.

이웃과 잘 사귀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좋은 점을 알리고, 그리고 그 좋은 점을 이웃 사람들도 함께 좋아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그 좋은 점을 그 나라 사람들이 직접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외교목적으로 타국을 방문하여 그곳 지도자에게 글씨를 선물로 줄 때에는 훌륭한 우리 한글로 된 작품을 주는 것이 우리의 국격(國格)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 가정(家庭)이나 직장에서까지 한문(漢文)으로 된 작품(作品)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고전의 대부분이 한자(漢字)로 쓰여 있고, 우리 언어의 구조도 대부분 한자(漢字)로 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한글전용을 부르짖는 학자들도 있지만, 한문과 한글 혼용(混用)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한글 ‘전지’를 인터넷에서 ‘한자 바꾸기’를 해보면 한자단어가 10여개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한글‘전지’가 10여개의 다른 뜻을 가지고 있으니 그 뜻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한자 병기(倂記)가 필요하게 되고 그래서 국·한문 혼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글로써 우리나라를 대표하니까 외교목적으로 타국을 방문하여 그 곳 지도자들에게 선물할 때는 꼭 한글휘호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일 한문서예작품만 걸려 있는 우리 공관(公館)에 외국인이 방문한다면 중국 공관으로 순간 착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공관 벽에 한문서예작품만 걸려있다면 한글 또는 국·한문(國·漢文)작품으로 교체하거나 함께 걸어두는 것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품격을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어본다.

김홍광 (사)대한노인회 전북도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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