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9 01:40 (금)
골목상권 '호시탐탐'...대기업의 꼼수
상태바
골목상권 '호시탐탐'...대기업의 꼼수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9.05.20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마트, 직영 출점 막힌 삼천동·송천동 가맹점으로 입점 예고
▲ 전북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재벌개혁으로 사회양극화 해소 함께살자 전북공동행동’은 17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법과 꼼수로 개점하려는 노브랜드 가맹점을 막아내고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전북도가 오는 23일 도내 첫 이마트 노브랜드 개점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지역사회에서는 골목상권 침해에 따른 즉각적인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재 도는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중재 역할만 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아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마트 PB(Private Brand) 노브랜드의 출점은 가는 곳마다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18일 문을 열 예정이던 이마트 노브랜드 제주아라점의 경우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개점 일정이 늦춰졌다.

전북지역에서도 소상공인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나서는 등 도내 출점을 앞두고 지역 내 반발이 거세다. 이와 관련, 지자체는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나 방안이 없어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 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효자점과 삼천점, 송천점 등 전주 지역 3곳에 노브랜드 직영점을 출점할 계획이었으나 지역 중소상인의 반발로 효자점을 제외한 두 곳의 출점을 철회했다. 이는 전북소상인대표자 협의회가 지난 1월 사업조정을 신청해 잠정 합의 한 결과다.

그러다 최근 이마트가 노브랜드 삼천점과 송천점을 오는 23일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개점한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점 형태의 점포는 본사의 개설비용 총 투자 비율이 51% 이하일 경우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지자체가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 사업 확장을 연기·축소 등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상생법에 따르면 출점 시 대기업이 전체 개점비용 중 51% 이상을 부담했을 때만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대상에 해당한다. 가맹점은 전체 개점비용 공개의무도 없는데다 본사에서 51% 이하를 부담하면 사업조정대상에서 제외 돼 출점이 자유롭다.

또 50m 거리 제한이 있는 편의점과는 업태가 달라 출점 거리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다. 기존에 운영되던 상점 코앞에 노브랜드 가맹점이 들어서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도내 골목상권 상인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실제 송천점의 경우 입점 예정지 인근 10m 옆으로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둔 채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지역 마트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해당 마트 운영자는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로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애만 태우는 상황이다.

도는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존 상생법 등 관련 법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건의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마트에도 사업 연기를 권고하는 등 협의점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답답한 심정을 적극 공감하고 있다”면서 “중기부에 규제 강화와 제도 개선 사항을 요구하는 한편 사업자 측과는 지역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 보존구역은 관할 지자체에 허가권이 있는 반면 일반 구역은 신고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하다”면서 “전통 상업지역 1㎞ 거리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과 개점 비용 51%를 20~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성장의 벽에 부딪힌 이마트가 노브랜드 가맹사업으로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마트는 전년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6.4%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꺾이면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천점과 송천점 가맹점은 자영업자의 요청에 의해 개점이 예정된 점포다”면서 “자영업자의 사업검토와 요청을 바탕으로 관계법령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된 사항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재벌개혁으로 사회양극화 해소 함께살자 전북공동행동’은 17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법과 꼼수로 개점하려는 노브랜드 가맹점을 막아내고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권태홍 정의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중기부는 올해 추경에서 소상공인 지원에 2825억 원을 배정해 골목상권과 지역 중소상인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러나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막지 못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지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청년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가는 한동훈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남경호 목사, 개신교 청년 위한 신앙 어록집 ‘영감톡’ 출간
  • 우진미술기행 '빅토르 바자렐리'·'미셸 들라크루아'
  • '여유 슬림컷' 판매량 급증! 남성 건강 시장에서 돌풍
  • 옥천문화연구원, 순창군 금과면 일대 ‘지역미래유산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