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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죽어라 일해도 1만원...“그래도 이거라도 해야 먹고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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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죽어라 일해도 1만원...“그래도 이거라도 해야 먹고살지...”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8.2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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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종일 리어카를 끌고 다녀도 몇 천원 벌기가 힘들어. 이거라도 굶지 않으려면 새벽부터 나와서 부지런히 모아야 해”


20일 오전 전주시 송천동 한 도로 만난 김모(81)할머니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폐지를 모아 생계를 잇는 김 할머니는 이번 달 들어 평소 가는 곳보다 2km 먼 고물상을 찾는다.


폐지를 실으면 무게가 70㎏에 달하는 리어카를 끌고 30여분을 꼬박 걸어야 한다. 10원이라도 더 비싼 값에 폐지를 매입해 주는 고물상에 가기 위해서다.


박스는 1㎏에 50원, 신문은 80원, 흰색 종이는 150원.
김 할머니는 '운 좋게' 흰 종이를 많이 주워 이날 1만원을 벌었다.


그렇게 새벽 4시부터 오전 11시까지 7시간 폐지를 줍고 분류한 뒤, 고물상에서 값을 치른다.
정리되지 않은 종이는 모두 50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분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 업체는 폐지(폐골판지)를 ㎏당 60원에 사들이고 있다. 전주시 다른 고물상들이 50원에 매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kg당 10원 가량 더 받을 수 있다.


20년간 재활용품 수집 업체를 운영한 이모(60)씨는 “고철 값은 꽤 올랐지만 노인들이 수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우리 마진을 줄여서라도 많이 쳐주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어제 사망하신 분들도 하루 종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나는 아는 동생과 같이 살아서 괜찮은데 만약 집이 없었다면 폐지로는 영원히 달방을 못 벗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폐지수거 노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고충은 하루 종일 모은 폐지를 보관하는 일이다.
폐지와 수레를 보관할 곳이 없어 골목 구석에 쌓아두면 "지저분하다", "불이 나면 어떡하냐"는 등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특히 어제 화재 사건이 발생해 더욱 폐지 보관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웃들의 지적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나도 사람인 이상 조금은 서운할 때가 있다”며 “힘들게 일해서 몇 천원 벌고 이웃에게 눈치까지 받다 보면 가끔 서럽기도 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2년 전만 해도 폐골판지가 kg당 150원은 쳐 줬는데 작년부터 가격이 이 꼴이 됐다”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트럭으로 폐지를 수거해 가는 경우가 많아 더 힘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 폐지(폐골판지) 중간 가공업체 매입 가격은 1㎏에 144.37원(전국 8개 권역 평균)이었지만 2019년 7월 기준 폐지 가격은 63원(폐신준지 82원)대다.


전북지역 폐지수집인들이 고물상에 폐지를 넘기는 가격은 50원으로 2년 만에 kg당 150원에 비해 3분의 1가량 떨어졌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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