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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의 비극...욕심과 부실 감독이 빚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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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의 비극...욕심과 부실 감독이 빚은 인재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9.11.14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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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역학조사 최종 발표...집단 암 발병 원인 '비료공장'
▲ 장점마을 주민 대책위원회와 익산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랫집, 옆집 할 것 없이 다 죽어나가는데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하나봅니다”

수년 간 매일같이 눈물로 부르짖었던 이 공허한 외침에 마침내 답이 돌아왔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한 마을에 살던 주민 17명이 암으로 고통 받다 세상을 떠난 후에야 이 같은 비극이 ‘인재(人災)’였음을 시인했다.

환경부는 14일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관에서 ‘익산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를 열었다.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가 마을 인근의 비료공장인 (유)금강농산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는 정부가 현장조사를 통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 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확인한 첫 번째 사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발암물질은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써야 할 담배찌꺼기 ‘연초박’에 열을 가해 유기질 비료로 불법 건조 공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금강농산이 이미 폐쇄된 만큼 정확히 연초박을 얼마나 반입했는지,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09년 KT&G 금강농산이 신탄진공장서 반출된 연초박을 전량 사들이는 등 확인된 것만 해도 2242t을 공장으로 들여왔다.

주민 등 관계자에 따르면 연초박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3년께로 사실상 추정치보다 더 많은 양이 반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연초박의 대부분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초박을 유기질비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만큼 법으로 금지 돼 있다. 연초박을 퇴비로 사용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팔 때 훨씬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유기질 비료로 만들기 위해 잘못된 욕심을 부린 것이다.

▲ 익산 장점마을

금강농산은 필터역할을 할 수 있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도 없이 이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했다. 또 행정관청에 신고 없이 대기 배출시설을 설치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장점마을 암 발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공장에 대한 1차 지도감독기관인 익산시는 물론 전북도와 환경부 역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행정 기관의 안일한 태도와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15년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썼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며 “왜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익산시가 금강농산이 대기·폐수 배출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가동하지 않은 데 대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익산시는 10여 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강력한 조치는 전무했다.

익산시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주민 청구에 따라 현재 감사를 하고 있어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료공장 설립 허가를 내준 전북도, 환경에 대해 전반적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부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도와 환경부 역시 주민의 민원이 쇄도했지만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암 발생이 확산하자 주민들이 연초박을 발병 원인의 하나로 지목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최대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수년 간 각종 민원을 넣어도 아무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심지어는 금강농산에 환경 우수상을 주기도 했다”며 “비료공장뿐만 아니라 관리·감독권을 가진 행정관청도 용서할 수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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